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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의 일상기록장/맛집탐방기

[수서 맛집] 필경재 - 격식있는 한식당!

by Lucky2HaveU 2021. 2. 22.

정말 오랜만에 큰 대접을 받을 일이 생겨 한식당의 거의 최고봉이라는 '필경재'에 식사를 하러 갓다. 이곳은 오랜 기간동안 중요한 모임을 위해 최고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심지어 내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경재를 방문하여 식사를 하셨던 사진까지 걸려있는데, 식사에 정신이 팔려있느라 사진을 찍는것을 깜빡했다 ㅜ

 

상호: 필경재

주소: 서울 강남구 광평로 205

번호: 02-445-2115

 

필경재는 가장 저렴한 미정식 부터 가장 값진 수라정식으로 구성돼있다. 참고로 미정식은 점심밖에 주문이 안된다, 따라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죽이나 국화정식을 추천한다. 물론 수라정식과 같은 고급식단을 주문해도 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다치 추천하지는 않는다.

 

필경재에서도 가장 잘 판매가 되는 메뉴는 국화와 난정식 정도라고 한다. 굳이 매화나 수라정식까지 가지 않아도 국화~난정식 정도면 누군가를 대접하기에는 충분한 식사이다 :)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러 방문했으므로 '미정식'을 주문했다. 소감을 미리 말하자면 '미정식' 만으로도 충분한 만찬이 됐다. 필경재 특성상 반찬 하나 하나가 매우 정갈하고 맛이 있어서 이정도로도 충분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식사 장소부터 매우 전통적인 한옥의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인데, 내부 분위기는 아주 정돈되고 아늑한 느낌을 받았다. 자리에 앉으면 식사를 위한 손수건이 준비돼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스와 간단한 죽이 준비가 된다. 준비된 소스는 간장, 겨자, 그리고 초고추창이 준비돼 있으며, 죽은 호박죽이 준비되었다. 식전 죽이라 그런지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미음 수준이다.

 

참고로 추가적인 주문이 필요할때는 육성으로 종업원을 부를 필요 없이 테이블 끝에 놓여있는 종을 치면 된다 ㅋㅋ 종 소리가 그리 크진 않은데 울리면 바로 즉각 종업원이 달려오는걸 봐선 아마 문 밖에서 Stand-By를 하고있는 모양이다.

 

그 옆에는 손소독제가 있으니 얼마든지 쓸 수있다.

 

 

처음 준비된 음식은 샐러드였다. 소스는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한 드레싱인데, 간이 너무 세지 안하서 입맛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이다. 양은 많지 않아서 배가 부르진 않고, 상금한 맛을 추가하여 추후 제공되는 메인 Entry의 맛을 더욱 북돋아주기에 충분했다.

 

샐러드와 함께 테이블에는 보쌈김치와 장아찌가 준비됐다. 보쌈김치는 겉부분은 통채소여서 엄청 근 조각으로 보이는데, 사실 메인 김치는 안쪽에 있다. 김치 가운데 부분에 stuffing 되어있는 조각김치들을 먼저 먹으면, 나중에 종업원이 와서 겉부분의 통배추를 잘라서 서빙해준다.

메인 엔트리중 하나인 문어숙회와 탕평채이다. 문어숙회는 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너무 맛있는 경북지역의 그 문어숙회와 맛이 비슷하다. 적당히 익힌 문어살이 너무 질기지도 너무 연하지도 않아서 먹기에 딱 좋다. 이정도 삶기를 딱 조절하기가 정말 힘들다. 여기서 더 익혀버리면 질겨지고, 덜 익히면 문어 특유의 비린맛이 난다. 정말 고급진 식사다.

 

탕평채는 메밀묵과 숙주, 기타 야채들은 면발처럼 길게 뽑아내어 제공됐다. 역시 간이 딱 적당한데가 고소한 들기름/참기름의 향이 은은하게 풍겨서 한식 특유의 정갈한 내음이 풍겼다.

 

메인 엔트리에는 별도의 젓가락이 제공되므로, 원하는 만큼의 음식을 자기의 접시에 옮겨서 식사를 하면 된다.

 

그 외의 기타 반찬들이 처음 메인 엔트리와 같이 제공이 된다.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와 같이 주변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인데, 전통적인 놋그릇에 예쁘게 담겨 나와서 먹기도 좋고 보기도 참 좋다. 나물음식은 원래 차갑게 먹어야 그 풍미가 살지 않는가? 놋그릇은 원래 열전달이 좋은 음식이다. 그 그릇의 찬 온도가 나물에도 잘 전달되기에 나물반찬의 서빙에 매우 적합하다.

 

이어서 돌돌말린 전(?)과 비슷한 음식이 나온다.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까먹었지만... 아무튼 겨자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제공되는게 바로 떡갈비와 잡채이다. 진정한 메인메뉴라고 할까... 아무래도 한국음식 중 잔칫상에 잡채가 빠지는게 어색할 정도이니 잡채는 늘 중요한 날에 서빙되어왔다. 필경재의 분위기와 어우러진 잡채는 그 이상의 맛을 자아냈다. 맛, 색, 향 그 모든게 완벽한 잡채였다.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게 딱 황금비율을 맞춰서 먹어도 먹어도 향긋한 풍미를 자아냈다.

 

떡갈비는 달았다. 다만, 불쾌하지 않은 단맛이며 씹을수록 고기의 육즙이 팡팡 터져나오는 신기한 맛이었다. 떡갈비가 서빙될때 종업원분이 떡갈비 내부에 뼈가 있으므로 그것을 먼저 제거하고 먹으라고 한다. 그냥 떡갈비를 받자마자 큰 뼈다귀를 먼저 제거하고 남은 부분은 한입씩 베어물면 되겠다.

 

맨날 시중에서 파는 떡갈비만 먹다가 이렇게 고급진 떡갈비를 먹으니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조금 투박하고 고깃결이 아직 조금 살아있는 거친 떡갈비의 식감이... 누가 먹어도 '수제' 떡갈비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어서 세번째 메인 엔트리인 세가지 전 과 보쌈이 서빙이 된다. 전은 정말 잔칫집이나 명절에 먹을 수 있는 그 전 이다. 애호박과 동그랑땡 그리고 가지전으로 구성이 돼 있었는데, 아마 방문하는 일자별로 서빙되는 전의 종류가 다를것이다. 어떤 전이어도 필경재에서 만드는 전은 그 값어치를 할테니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쌈은 따듯하게 서빙됐다. 보쌈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데 곁들여서 서빙되는 보쌈김치의 맛 또한 훌륭했다. 다만 아쉬운점은 굴이 함꼐 서빙되지 않은 점이다. 모름지기 최고의 보쌈 삼합은 보쌈고기 + 생굴 + 보쌈김치 의 조합이다. 여기서 굴이 빠지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으니 오해는 말아달라. 처음에 덩어리째로 서빙됐던 김치의 속부분을 다 먹었다면, 여기서 보쌈을 먹을때 겉부분의 김치를 종업원이 잘라서 서빙해주니 참고하자.

 

 

보쌈 다음으로 굴비와 떡국+밥이 서빙됐다. 굴비는 이미 발라져있는 상태로 서빙되어 딱히 생선 가시를 바를 수고를 덜어준다. 다만 굴비 특성의 짠맛이 강하므로 너무 많이 집어먹으면 입맛을 버릴 수 있으니 조금씩 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된다.

 

임금님 수랏상에 굴비가 항사 올라왔다는데, 딱 그 최고의 반찬 구성의 일부로 굴비가 서빙된 느낌이다.

 

떡국은 양은 많지 않지만 고소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조금 짠맛이 있어서 국물과 함꼐 떡을 먹거나 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조합이 아주 알맞다. 떡은 푹 익혀서 서빙되어서 입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이다. 딱딱하지 않아서 먹기가 아주 편한데, 문제는 온도가 매우 뜨거우므로 잘 식혀서 먹어야 한다 :)

 

 

마지막 엔트리는 간장게장이다. 게가 아주 크지는 않다. 손바닥 반정도 되는 게인데, 게 자체가 이미 1/4로 분할이 되어 나오므로 딱히 손을 더럽힐 필요 없이 본인 몫으로 하나씩 먹고 버리면 된다. 다만 게딱지는 테이블당 하나씩 먹을 수 있으니 게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연장자에거 양보를 하면 좋을것 같다.

 

게가 철이어서 그런지 안에 알이 정말 가득 차 있었다. 코스로 요리를 먹다보니 게장을 먹을때에는 이미 양이 한참 가득 차서 더 먹으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배가 불러있었다. 아마 더 먹을 수 있다면 게장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맛은 진짜 엄청나게 있었다 :)

 

 

식사의 끝은 수정과와 과일로 마무리 된다. 우리가 방문한 시점은 추운 겨울이었으므로 수정과가 따듯하게 서빙됐다. 아마 여름에는 식혜나 차가운 수정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과일은 배, 귤, 그리고 파인애플이 나왔으며 전부다 달달하고 상큼해서 헤비했던 식사의 마무리를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마무리 음식을 먹을때 이야기 꽃을 피우며 더 오랫동안 머물며 경치를 구경한다. 실내 장식부터 여기저기 정말 아름다운곳이다. 나중에 더 돈을 많이 벌어서 한번 더 꼭 오고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딱 바깥 풍경이 이렇게 생겼다. 동양의 미를 한껏 자랑하는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에 화로에는 진한 나무 타는 향기가 올라온다. 처음 들어갈때의 멋있는 풍경부터 예쁜 인테리어의 내부,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마무리로 멋있는 정원을 보며 걸어나오면 정말 좋은 추억이 생기게 된다. 상견례와 같이 소중한 자리를 준비한다면 필경재가 더할나위 없이 최적의 장소인 이유 중 하나이다.

 

아마 여름처럼 따듯한 날에는 밖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까지 즐길 수 있을것이다.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 방문해서 한껏 여유를 즐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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